싸이로 떠오른 내 병특 생활.

일상 | 2007/06/06 01:08 | zziuni

싸이의 병특 문제가 불거졌다.
뉴스도 잘 못보고, 관련 웹서핑도 안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삼촌회사이고 프로그래머로 있었다는거 같다.
싸이의 도덕, 비독성은 잘 모르겠고, 덕분에 내가 병특생활하던것이 생각났다.
이건 나의 병특생활에 대한 글이다.


1막. 입사.
2000년 3월. 10명 좀 넘는 여의도 회사에 면접을 봤는데 떡허니 붙어 버렸다. 한번에! 헐~
병특이라 많이는 못준다며 급여 60만원을 이야기했고, 그렇게 난 병특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계공학과 출신의 정보처리 기사자격증이 있는 디자이너 뽑을때 알아봤어야 했다. ㅡ ㅡ;
IT거품붕괴의 끝자락이던 그시절. 그 회사는 시작부터 참 많은 것에서 날 즐겁게 했다.

먼저 강남에 본사가 있고, 여의도는 연구소일 뿐이라던 사장의 설명은 입사후 서류처리가 끝나고 두달이 지나고야 사실이 아님을 알았다. 본사가 여의도고, 강남에는 투자유치가 수월하게 얻어논 벤처 지원 뭐시기에서 제공한 5평짜리 간의사무실이 있었다. 떨렁 웹서버 하나 들어있는 빈 사무실이였다.

십여명의 직원들도 급한 프로젝트때문에 불러모은 사장의 지인들. 한두달이 지나니 모두 빠지고... 경리누님과 사장빼고, 4명이였다. 과장2분과 병특 둘(나와 A군). 그게 다였다.

그래도 첫직장이고, 그래도 병특이라고 열심히 일했다.
경리 누님과 친해지고 안 사실은 이 회사에서 1년이상 버틴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는것과 창업 초 받은 눈먼투자 몇억으로 아파트 한채를 사고, 차를 바꾸고, 남은돈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는것.
그리고 나름 정치권에 '줄'이 있따는것이였다. (민주당에서 일을 했고, 그때는 김대중 정권이였다.)

그해 여름이 가기전.
과장 두명과 경리 누님이 그만두었다.
경리누님은 회사 창립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자신의 퇴직금을 깔끔히 정산해서 서류처리를 해놓고 갔고, 사장은 퇴직금 정산공식[footnote]1일 평균임금 X 30(일) X (총 재직일수/365)[/footnote]에서 한달은 30일도 있고 31일도 있는데 1일 평균임금을 왜 30.5일이 아니라 30일로 계산을 했냐며 나한테 화를 냈다. 내가 했나? ㅡ0ㅡ

그때부터 아주 즐거운(?) 내 군복무(?)가 시작되었다.


2막. 사장.
나와 A군은 정말 정말 정말 정말 태어나서 그런 사람을 처음봤다.
사장은 정말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였다.

사장은 새벽 5시에 자고있는 수위를 깨워서 출근을 한다.(부지런한건 인정!) 그리고 (일찍 출근했으므로) 6시에 칼퇴근을 한다.
그리고 밤 9시에 회사로 전화를 한다. 우리는 본인과 달리 아침9시에 출근했으므로 그때까지 근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전화를 못받으면 다음날 오전내내 욕을 먹어야 했다.

불쌍한 병특들 월급도 많이 못준다며, 점심은 회사에서 사주겠다고 했다.
첫해 겨울. 춥고 귀찮다며 도시락을 (나한테) 시켜 먹었다. 한 4개월을 2500원 이하 한솥도시락만 먹었던거 같다.

매일아침 1시간씩 회의를 한다. 우리회사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과 도메인은 100억원의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를 매일같이 1시간씩 이야기를 한다. 한 업체에서 우리 도메인을 팔라고 전화가 왔다. 50만원에. 사장님왈 '야이 XXX야. 이건 100억을 줘도 안팔아. 100억!'

A군의 주 업무는 '인간 디버거'다. 사장이 개발을 할때[footnote]사장이 유일하게 할줄 알았던 개발툴은 지금은 잊혀진 툴. FoxPro였다. A군은 그나마도 쓸데도 없는 FoxPro를 보고 있어야 한다며 더 짜증을 냈다.[/footnote] 옆에 앉아서 사장이 내는 오타와 버그를 찾아서 알려줘야 한다. 하루종일.
만약 발견을 못하고 컴파일하거나 런타임시 에러가 나면, '내가 널 왜 월급을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못하냐?'란 말을 들어야 한다.

농담이 아니라 난 그때 이미지 버튼 하나를 빨주노초파남보로 바꾸며 일주일내내 검사를 받은적도 있었다. '좀더 흐리게, 좀 진하게, 파랗게 해봐, 너무 진해, 녹색이 괜찮겠다, 이색은 아냐, .... 야 너 죽을래? '
결론은? 처음내 내가 고른 그 색.

A군이 쉴 수 있는 시간은 사장이 천리안 채팅을 할때다. 사모님도 채팅으로 만났다던데...
사장이 채팅을 하면, 가끔 회사로 없는 사람을 찾는 여자 전화가 온다. 사장한테 온 전화다.
전화를 돌려주면, 몇분후 나가서 안들어온다.

사장은 매일같이 '야. 이딴것도 내가 알려줘야 하냐? 이렇게 하란말야!'라고 지시를 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 그 결과물을 보여주면,
'야. 어떤 미친놈이 이런걸 이렇게 처리해? 빨리 저렇게 바꾸지 못해!' 라고 했다.
월수금, 화목토로 자기결정과 싸운다.

5인이상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의료보험을 가입해야 한다는 의료보험공단의 통보에 사장님 왈.
'우린 사업상 필요해서 서류로만 직원이 5명 넘지. 사실은 2명 뿐이야. 못믿겠으면 와봐. 난 못내.'
결국 담당 공무원이 방문해서 나한테 오랜시간 설명을 하고, 내가 오랜시간 설득을 해서 돈을 냈다. ㅡ ㅡ;

사장이 탐내는 영역과 비슷한 사업모델을 가진 사이트가 떳다.
A군이 우연히 서버를 해킹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고[footnote]MS-SQL의 SA계정의 암호가... Blank 였다. -0-[/footnote], 사장이 그럼 빨리 들어가서 DB전부를 가져오라고 한다. 그래도 해킹인데 나중에 문제되지 않겠냐고, 조심스레 A군이 말하자, 잠시 고민하던 사장님 왈.
'그럼 너네 집에가서 들어가. 그리고 내일 데이터 가져와. '
그래서 A군이 했다. 다음날 사장님 왈. '니가 자발적으로 한거다. 나중에 내가 시켰는니 이딴 말 하지마라.'

아... 적기 시작하니 끝도 없이 나온다. 그만. ㅡ ㅡ;


3막. 직원들 그리고 일.
한 1년 사이에 20명쯤 직원이 오고 나갔다.
몇몇 여직원들은 사장의 변태같은 장난질에 울거나 짜증을 내며 그만두었고, 과장, 차장급으로 뽑은 사람들도 2달을 못넘겼다. 나를 포함한 기억나는 몇몇 인물들.

사장은 유독, 경리는 다시 뽑지 않았다.
그래서 일명 '경영지원'업무를 내가 맞았다. 달랑 두명 남은 병특직원 중 그나마 내가 꼼꼼해 보인다는 이유였다.
그후로 일명 '변마담'으로 불리우며(성이 변씨다. ㅡ ㅡ;) 손님이 오면 커피를 타고, 생수업체 돈주고, 4대보험 처리를 하고, 은행을 다니며, 사이트 디자인을 했다.
또, '기신보'[footnote]기술신용보증기금. 담보없이 기술의 장래성만을 보고 투자를 해준다는 이상한 기관.[/footnote]같은 곳에 추가 투자를 받기 위한 관련 서류를 만들었고, 그걸 보여주고 사장이 드라마처럼 멋지게 욕설을 퍼부우며 공중에 던지는 서류더미를 맞았다.
내 주업무는 디자인이 아닌 경영지원이였다.

A군이 '인간디버거'로 노이로제가 걸릴쯤. 세번째 병특 B군이 면접을 봤다.
우린 정말 진지하게 '따라가서 뭔가 말을 해줘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결국 입사했다. 
실무경력이 조금 있던 B군은 새 '인간디버거'로 발탁됬다. 견디다 못해 한번은 술에 취해 사장에게 욕을 했다.
사장은 그 후 '인간디버거' 를 쓰지 않았다.

기획팀장으로 왔던 여자 과장님.
입사 다음날, 사업상 중요한 논의가 있다며 사장님이 불러서 같이 퇴근후, 담날부터 출근을 안했다.
몇일후 남자친구란 사람이 욕을 하며 회사로 전화를 했다. 사장을 죽여버리겠다고, 사장님은 문 잠그고 숨고, 그때 계시던 차장님이 회사로 찾아온 남자친구와 한 두시간을 설득하고 이야기했고, 남자친구는 돌아갔다.

잠시계셨던 디자인 팀장님.
나에 대해 진지하게 상담을 해주었고, 난 디자인에서 개발로 돌아섰다. [footnote]현실적인 설득이였다. 실력과 관계없이 지금은 모를까. 어디도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을 팀장까지 앉히지는 않는다. 나중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남자로서 선택을 해라. 제대로 디자인을 배우던가, 디자인을 그만두던가.[/footnote]
사장은 그 디자인 팀장님한테도 나한테 하듯 똑같이 했다.  빨갛게 해봐요, 흐리게해봐요, 너무 흐려요, 사진 넣봐요, 사진 다시빼봐요. 사진 다시 넣어봐요....
그분은 임신한 와이프때문 이라며(바로 그만두진 않고) 꾹꾹 참으며 다른곳 면접을 보러 다니셨다.

사장은 선거용 텔레마캐딩 솔루션을 어설픈 연줄로 보걸선거등에 납품했었는데,(참 많은 사업을 했었다. ㅡ ㅡv~) 버그나 너무 많아서 쌍욕과 삿대실당한건 둘째치고, 리스해준 PC 반납받으러 갔다가 선거사무실에 PC훔치러 온 도둑으로 몰려 붙잡혀있던 일이 갑자기 생각이 난다. ㅡ ㅡ;

선거용 텔레마캐딩 솔루션에 사용할 DB라며 사장이 어디서 씨디를 가져왔다.
아줌마들 고용해서 요DB로 홍보를 가장한 선거운동을 하겠다고...몇백을 주고 사왔다고 했다. (5백이였던거 같다..) 거기엔 이름, 연락처, 자산규모, 주거지, 고향, 지지 정당, 가족 관계, 직장등의 정보가 있었다.
차장님이 혹시... 해서 검색해봤다. 차장님 아버님도 있었다.   ㅡ ㅡ;


4막. 퇴사.
1년 반이 지날때쯤. 정말 미칠것 같을때.
사장이 어김없이 아침에 '100억 플랜'에 대해 설명을 했다. 난 순간 실수로 (들리게) 혀를 찾다.
사장은 팬을 집어던지고 욕을 하며 나가라고 했다. 너같은 새끼 필요없다고.
날 회의실에서 내보내고, 남은 직원들을 붙잡고 내 욕을 1시간인가를 더 했다.
기다리면서 결심을 굳혔다. 그래, 나가자.
그때만 해도 사주의 동의 없이는 병특 근무처를 옮길 수 없었던 때라 오후에 조심스레 사장에게 말을 했다.
'회사를 옮기고 싶습니다.'
'....'
'그래. 넌 우리회사하고 잘 안맞는거 같다. 그렇게 하자.'
의외로 순순히 동의를 했다. 그래서 난, 그럼 관련 서류를 준비할테니 날인만 해주시면 된다고 말했다.

'날인? 내가 뭘 찍어줘야 하는거야?'
'(몰랐단 말야?) .. 네...'
'.....'
'그렇게는 안되지. 니가 원하는데로 되진 않을거다.'

그러며... 약점을 잡았다는듯, 씩~웃으며 의자를 뒤로 젔혔다. 그리고 한마디.

'기도나 해보던가.' (난 그 후 수년간 그 표정을 못잊었었다...)
'.....'

 몇초 정적이 흐르고 내가 '그럼 저도 제 맘대로 하겠습니다. 병무청에 재소를 하던 군대를 가던.' 라고 하자.
'....'
'우리 이성적으로 해결하자.'

그래서 퇴사했다.
한달후 A군도 퇴사했다. (불쌍한 B군 ㅜ ㅜ)



5막. 끝나지 않은 그후.
정말 재미난일은 그 후에 일어났다.
원래 병특은 복무기간중 이직을 하게되면 3개월안에 새 근무처를 찾아서 입사를 해야했다 그렇지 않으면 부대로~
하지만 바꿔 말하면 3개월 쉴 수 있다는게 아닌가? 라고 얼토당토하지 않은 생각을 하며, 한달인가를 놀았다.
어느날 아침에 자는데 전화가 왔다.
병무청이였다. 수차례 전화를 했는데 안받아서 마지막으로 한번 해봤다고 했다.
그 회사로 부터 병무청에 내가 '이직을 위한 퇴사'가 아닌, '그냥 자진퇴사'로 신고가 되어서 지금 입영통지를 발부하려고 하고 있단다!!!
자다가 놀래서 상황을 설명했다. 듣다 보니 퇴사후 고향 부산으로 내려간 A군도 같은 상황이였다.
내일까지 회사 담당자과 나, A군이 서울 지방병무청으로 와서 '3자대면'을 하고 사실확인이 되지 않으면 바로 현역입대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0-;;;
전화를 안받은 A군과 연락을 취하기위해 A군이 살다시피 하는 커뮤니티[footnote]신비로 자바월드를 기억하시는분~~ ^^[/footnote]에 글을 남겼다.
'A군. 혹은 그 친구들은 빨리 나에게 연락해라. 너 내일 서울 안오면 군대가야 한다.'
정말 몇시간후에 연락이 되서 A군은 다음날 첫비행기로 서울을 왔다.
'너 왜 전화가 안돼! 앙? '
'바다에 뛰어들었어. ㅡ ㅡ;'
회사에선 다행히도 사장이 아닌 차장님이 나오셨다. (겁나 꾿꾿히 버티셨다. 결국 나가셨지만.)
다행히 간신히 마무리가 되었다.

내가 나오고도 그 회사는 계속 병특들만 뽑았다. 고참이 된 B군도 그만두었고, 그 후에도 사장은 계속 병특만 썼다. '그 사장'을 안다는 공통분모로 나, A,B군그리고 그후의 C, D, E 군은 가끔 만나서 사장의 새로운 무용담과 선배들의 사장을 상대한 영웅담을 나눴다.  그 후 2년인가는 송년회도 했다.
가장 웃겼던건 모 포털에 'O사모' 라는 카페도 있었다는 사실. 'OO사 사장을 싫어하는 모임' 이였다. (정말 있었다.) 그 회사 직원이 바뀔때마다 회원이 늘었었다.

내가 있을때 우리가 만들던건 이사 역경매 사이트[footnote]그땐 한참 9시 뉴스에도 나오던 주제였다. '이제는 이사도 인터넷으로!'[/footnote]였다. 시작은.
조금지나자 부동산 정보가 붙고, 지역정보가 붙고, 인테리어 경매가 붙고, 뉴스검색이 붙었다.
퇴사하고도 간간히 들어가 보면, 메뉴가 계속 늘고 색이 계속 바뀐다.
문제는 이게 서비스를 하지 않는 개발버전이였다는 거다. www.xxxx.com 으로는 들어갈 수 없고, test.xxxx.com 으로만 들어가졌다.
내가 근무하던 1년 반동안 내내 만들었는데, 그후 3년가까이 왕성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고 다음업체도 파란만장했으나 너무너무 길어진 관계로 다음에...
끝.

P.S. 다 적고 따오르는 곁가지 생각들.
1. 생각해보니 나도 싸이처럼 해당업무를 하지 않았다.  거의 1년 반동안.
2. 병특 자체를 무조건 '편법'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편법'으로 이용되는거지, 기본적으론 합법적인 대체 군복무이다. 병특이 부끄러운것도, 현역이 자랑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3. 병특이 군복무와 동급의 '고통'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요 글의 내용을 보고 '씨바. 그게 힘들어? 난... ' 식의 반응은 사양이다. 그저 간만에 생각에 나서 풀어보는 '그땐 그랬지~' 일뿐. ㅡ ㅡ;
4. 이건 뭔가를 주장하지도, 신세한탄을 하는것도 아니다, 언제쩍 이야긴데... 그냥 재미로 읽어주시라.

2007/06/06 01:08 2007/06/06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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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1. brise♬ 2007/06/07 01:22

    고생 많으셨습니다(__)
    사장이란 사람 정말 대단하군요;;

    • zziuni 2007/06/07 10:47

      뭐... 이제는 사람들 웃길때 쓰는 이야기 거리죠..
      덕분에 왠만큼 이상한 직장상사도 다 하찮아보입니다. ^^;

  2. Outsider 2007/06/08 22:33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고 있었지만 그걸 보면서 난 병특을 포기하고 입대를 했지.. ㅋ
    보다가 생각났는데 개발로 돌아서길 잘했지..

    • zziuni 2007/06/09 00:40

      ㅋㅋㅋ 티났냐? ^^;

  3. 난빈 2007/06/20 18:57

    moniwiki를 어떤 분들이 쓰시는지 궁금해서 구글링하다 들렀습니다.
    덕택에 병특에 관한 재미있는(?) 글 보고 가네요..^^

  4. M. Kim 2011/02/16 12:24

    고생이 많으셨군요... 요새는 그래도 많이 나아진 것 같습니다.

    • zziuni 2011/02/20 08:57

      벌써 10년전 이야긴데요.. 당연히 나아져야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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