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도 없이 밑바닥에서 웹개발을 시작해서 되도 않은 막장 업체들을 전전하며, SI로 흘러들어왔고,
거기서 PM, PL을 한 3,4년 한것 같습니다.
돌아보니 6개정도의 대형 프로젝트를 했더군요. 매 프로젝트가 피말리는 전쟁이였습니다.
SI가 다 그렇듯, 책 서너권 정도의 분량이 되는 영웅담(?)들이 쌓였고, 하소연 한적도 있었죠.
스트레스 받으면 구토증세를 보이는 이상한 지병(?)도 얻고, 돌아보니 10년간 여름휴가를 단 한번 갔고,
둘째의 출산을 보지 못했고, 집은 여인숙이 되면서 주말부부를 고려해야 하는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을 보며,
그냥 어느날 일어나 생각했습니다.

그래 끝내자.
그리고 그날 그만뒀습니다.
수년간 같이 고생한 분들에게 짐을 떠넘기고 나왔던거라 변명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게 몸담고 있던 직장을 나온지 4개월쯤 되었습니다.

한달정도는 그냥 퍼질러자고, 집청소하고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로또가 되면 이리 살겠지?'란 생각을 하며 보내다가,
지금은 시간여유가 (좀 많이) 되는 직장에서 이전과는 다른 롤로 나름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좀되니 사람들도 좀 만나고, 여러가지 생각도 많아지면서 결국 다시 돌아온 자리는
업종에 관계없이 이땅에서 엔지니어가 서른중반부터 시작하는 고민입니다.


[이걸 계속 해도 될까?]

낭만적으로 생각하면 현재를 성실하게, 즐기고, 미치다 보면 어느날 좋으날이 와있을거 같습니다.
하지만, 전 두아이의 아빠노릇도 하고 싶고, 한 여자의 남편이기에,
자연히 위 질문은 다음 말과 같은 말이 됩니다.

[이걸로 계속 충분히 돈을 벌 수 있을까?]

거기다가 남자는 일에 대한 성취감과 사회적인 인정도 심리상태에 큰 작용을 하므로 다음의 질문과도 이어지는 군요.

[이일을 계속 인정받으면서 할 수 있을까?]

...

결국 [나도 재밌고, 돈도 잘벌고, 인정도 받으면서 오래오래 할수 있는 길이.... 개발에 있을까?] 가 되는군요.
20대 중반쯤에 이런생각을 했었습니다.

[내가 3,40살이 되었을때는 우리나라도 머리 허연 현장 개발자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있을거야. ]

되어보니 아직 아니군요. 10년전과 별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10년을 더 버티면 바뀔까요?


제 고민은 현재 진행형입니다만,

...

치킨집을 하고 싶지 않고, 개발 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도망쳐 나와서 곰곰히 생각하며 돌고 돌아서 도달하는 결론은

[사는건 뭘 해도 만만하지 않다.] 입니다.
 제가 개발을 안하고 관리직으로, 영업으로, 아니면 아예 업종을 바꾸면 그것만으로 살림이 좀 나아질까요?  먼저 그 길을 가신분을 보건데 아닙니다.
인생을 수월하게 사는 능력자들이 분명있지만 전 아니더군요.
PM/PL 짓하느라고 개발을 오랬동안 손놓은게 원통하고, 나보다 코딩잘하는 사람앞에서 주눅들고, 또 오기가 발동하는걸 보면서 아직은 개발자로 남고 싶어한다는걸 알았습니다.
그럼 [나도 재밌고...]는 패스고,
[돈도 잘벌고, 인정도 받으면서 오래오래 할수 있는 길.......]이 문제인데,  열어가면 될거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일에 파묻혀서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는 '일중독'도 문제이지만,
그리 '만만하지 않은 세상'을 충분히 여가를 즐기면서 해처나갈만한 '능력자'가 아니라는 걸 모르고 흉내만 내는것도 문제인거 같습니다.

IT를 떠날생각으로 회사를 때려치고 나와서 진짜개발자가 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뭘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뭘하냐보다, 어떻게 하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로 정했습니다.
돈도 잘벌고, 인정도 받고, 오래오래 할 수 있는 개발...
치킨배달할 열정으로 코딩하면.. 찾을 수 있겠죠.   ㅋㅋㅋ

p.s. 간만에 넉두리입니다. :)
2010/06/24 22:15 2010/06/2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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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1. boxersb 2010/07/17 04:25

    아아.. 구구절절 와닿는 내용이군요.. 저도 잘다니는 직장 때려 치고 미래를 위해서 많은 경험 해보고자 현재 작은회사에와서 삽질중인데.. 정말 막장업체들 많더군요.. 막장마인드 PM도 많고 책임감없는 개발자들도 많이 봐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전에 미친듯이 일로 달릴때가 그리워 지더군요.. ㅎㅎ
    저도 같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AJ도 아직 굳건한걸 보면 머리가 희끗희끗 할때까지 할수 있을꺼란 생각이 드는군요.. ㅎㅎ

    • zziuni 2010/07/17 23:09

      요즘같아선 머리가 내년에 허옇게 될것 같은. ㅋㅋ
      그래도 비슷한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좀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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